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야기

생각에 잠기어 그리움을 논하다

by feed1004 2022. 4. 24.

 

어렸을 적 큰댁에 놀러 가면 항상 할아버지 방을 먼저 찾곤 한다.

말씀 대신 눈빛으로 손주들을 반기시는 분.

표정조차 없는 서늘함에 서운함마저 들었다.

하지만 곧 그 마음은 달아났다.

할아버지께선 당신 간식인 젤리 한 봉을 손주들에게 건넸기 때문이다.

먼길 온 손주들을 위해 최애 음식을 내주신 분.

훗날 성인이 된 후, 나는 할아버지의 비밀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

 

오래전, 추석 연휴 때 모인 친척 어른들.

식사 후 가볍게 술 한잔 나눠 마시며 담소를 즐겼는데, 갑자기 친척 어른 두 분께서 다투시는 게 아닌가.

좋았던 분위기는 금세 고성으로 얼룩졌다.

격한 감정은 삿대질로 이어졌고, 다른 분들의 만류로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다.

뭐 결론은 네가 제대로 못 모셨기에 할아버지께서 마음의 병을 얻으신 거라는....

 

할아버지는 우울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셨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병원 치료도 거부하셨다고 한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연로하신 탓에 말씀도 표정도 없는 줄 알았다.

부모님께서도 특별한 말씀을 하지 않았다.

하긴... 내가 열 살도 안 되었을 때니까 그 속내를 다 털어놓기가 힘들었겠지.

 

세월은 어느덧 흘러 나를 중년으로 만들었다.

살면서 그다지 풍파를 겪지 않은 걸 감사하게 여길 정도로 여태 잘 살아왔다.

그렇다고 남들 다 겪는 고비조차 안 겪은 건 아니다.

99% 인간이 겪는 희노애락은 다 겪는 게 인간 세계의 국룰이 아닌가.

 

주말의 흐린 날씨.

괜한 우울감이 조금씩 밀려오자, 불현듯 심각한 우울증을 앓으셨던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무기력함이 역력한 그 공허한 눈빛은 몇 십년이 흘러도 잊히지가 않는다.

'왜 이러지?'

묘한 기분이 나를 더 침울감에 빠지게 한다.

날씨까지 감정을 부추기니 마음속 색깔은 더욱 어두워진다.

 

이런 날, 이런 감정으로 밖을 나설 순 없다.

괜히 비라도 내리면 드라마 한 편 찍지 싶다.

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찾았다.

사실 사람의 시선을 돌릴 묘안은 최애 음식과 수면, 음악이 아닐까?

특히 음식과 수면을 꿀조합이다.

맛있는 거 먹고 한잠 자다 일어나면, 앞전의 감정은 꽤 희석된다.

 

 

양대창과 소주 한잔 곁들여서 맛있게 먹고 난 뒤, 한숨 잤다.

역시 예상대로 99%의 우울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실 병적이고 심각한 우울증이 아닌 한, 이런 음식과 수면의 비법은 분명 도움이 된다.

 

 

일요일을 맞은 지금.

막상 글을 쓰고 보니, 양대창에서 빵 터졌다.

뭔가 깊이에서 이탈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분명한 건 우울감의 해결사는 양대창이다, 뭐 이런 결론을 혼자 내려보며 포스팅을 마치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