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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건강 검진이 무서운 어른이

by feed1004 2022. 4. 23.

어젠 석 달 전에 예약한 건강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

겁 많은 어른이는 병원 입구에서부터 약간의 갈등에 빠졌다.

'다음에 받을까?'

그럼 당장 취소를 하고 예약금을 환불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벌써 스트레스다.

'들어가자....'

결과는 이미 예견되어 있는데 괜한 감정 소비만 했다.

 

검진 센터가 있는 2층.

안내자가 내 신상을 확인한 뒤 나를 탈의실로 안내한다.

이제 본격적인 검사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에 문진표를 들이민다.

평소 복용하는 약이나 지병, 가족력 등을 일일이 체크한 뒤, 여러 장의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동의를 하지 않으면 검사는 받을 수 없군.

그렇게 강제 동의를 마친 뒤, 의사 선생님과의 간단한 면담이 이뤄졌다.

뭐 문진표에 체크한 사항을 한번 더 확인하는 절차였다.

 

오늘 받을 검사는 채혈, 위내시경, CT, 뇌 MRI, 상하복부 초음파, X-ray 등이었다.

사실 위내시경 할 때 대장내시경을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삼 년 전 대장내시경 때 너무 고생한 기억이 생생해서 이번 검진 때는 받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내시경 쪽은 받고 싶지 않다.

받고 나면 장이 쓰라리고 그 상태로 한 열흘 정도 고생하기 때문에, 이 겁 많은 어른이는 두렵다.

가족들은 말한다.

왜 유독 나만 별나냐고.

아니 별난 게 아니라, 정말 아파서 그런 것이다.

사람마다 다 다르지 않는가.

장에 가스를 주입해 검사하는 내시경일 경우, 그 부푼 상태를 잘 견디는 장이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검진을 받는 순간에도 머릿속은 여러 생각이 엉켜있을 정도로 복잡했다.

일단 채혈은 난이도가 하급이라 견디고 말고 할 게 없었다.

혈관도 잘 보이니 안 보여서 고생하는 사람보다는 수월하게 채혈을 할 수 있었다.

그다음 상하복부 초음파도 숨 쉬세요, 들이마시세요, 배 불뚝, 뭐 이런 주문을 잘 따랐다.

다만 투명 젤의 그 미끌미끌함이 살짝 거북할 뿐이었다.

이어받은 X-ray 검사도 간단했다.

 

'껄끄러운 시간이군.'

위내시경 받을 순서가 다가오자 긴장이 올라왔다.

수면내시경이 아닌 일반 내시경을 받아야 하기에 온몸으로 그 짧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옆으로 누우세요."

그 말과 함께 내 눈앞에는 기다란 호수가 나를 삼킬 듯 달려들었다.

코브라 같은 내시경 호수.

호수가 들어갈 때는 목구멍을 조이면 안 된다.

자연스럽게 코브라 같은 호수가 들어가도록 내 몸을 맡기란다.

와, 미칠 노릇이다.

정말 그 전선 같은 호수가 내 목구멍을 타고 위장으로 들어가는 기분, 그리고 가스가 주입되면서 곧 배가 빵, 하고 터질 것 같은 그 끔찍한 기분을 다 맛보며 이 어른이는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다.

1, 2, 3... 10... 30... 60초.

그렇게 몇 번을 더 세는 동안 나는 내 인내를 테스트하며 제발 빨리 끝내 달라고 신께 빌고 또 빌었다.

 

네, 다 끝나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웃기지만 인생의 큰 고비가 지나간 기분이었다.

나는 빵빵한 배를 움켜쥐며 고생한 나를 다독였다.

'소형 캡슐이 대중화되길!'

내 입과 항문이 괴롭지 않은 날을 기대하며.

 

CT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CT실로 왔다.

약간의 조영제가 들어간다며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해준다.

CT검사는 물 몇 잔 마신 뒤 대체로 수월하게 받은 검사다.

사실 몸이 좀 뜨겁긴 했지만 견딜만했다.

 

마지막 검사, 뇌 MRI.

뇌혈관 질환 등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기에 받아봤다.

사실 CT나 MRI 검사는 힘들지는 않았다.

생고통을 오롯이 나 혼자 이겨내야 하는 위내시경 검사가 고난도였다.

 

건강 검진을 마치며.

정말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병원이란 곳은 사람을 위축하게 만든다.

솔직히 겁먹은 표정을 안 보이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

차에 시동을 걸고 막 운전을 시작할 무렵에서야 맺힌 눈물.

부끄럽지만 여기서 밝힌다.

 

더 건강하게 살려고 받는 검사가 솔직히 더 스트레스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태를 맞지 않으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후, 이제 검진도 끝났으니, 저번 주보다 더 편안한 주말이 될 듯싶다.

물론 내 육체는 해당되지 않지만.

사실 어제의 내시경 후유증으로 장이 쓰리다.

어쩔 수 없이 죽을 먹기야 하지만, 정신적으론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졌다.

 

4월도 이제 한 일주일 남았다.

벌써 2분기 중 1/3이 흘러가고 있다.

5월은 장이 좀 더 나아지겠지?

위장이 아닌 주식 장을 말한다.

주말에도 주식 생각이 절로 드는 주식쟁이는 이로써 어제의 기록을 마무리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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