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빈둥대다가 주식 관련 책을 펼쳤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은 쓱 넘어가거나 다음으로 미뤄버린다.
하지만 시선을 붙잡는 문장들은 읽기를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상상을 해본다.
주식 신이 내게 빙의해 각 종목들의 그래프만 봐도 이건 급등주, 요건 1타, 저건 텐 버거 등을 알 수 있는 힘!
그 능력을 가져보는... 정말 한심하지만 로또 당첨보다도 큰 꿈을 꿔본다.
그러다 갑자기 밖에서 요란한 경적소리가 들려왔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는 배달 오토바이.
늦은 일요일에도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약간의 출출함이 몰려왔다.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먹고 싶지는 않다.
그냥 단지 내 편의점으로 내려가서 커피나 사야겠다.
어차피 나는 새벽에 자니까 굳이 카페인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사실 1층 편의점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장보는 것도 아니어서 그동안 이용을 잘 안 한 것 같다.
편의점에 내려온 뒤 급하게 고른 커피 몇 개.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크림 커피 몇 개와, 맥심 티오피 심플리 스무스 로스티 라테 몇 개를 집어 들곤, 알바생에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알바생은 굳은 표정으로 뭔가 화가 난 듯했다.
내 카드를 살짝 빼앗듯 하더니 포스기 옆, 그러니까 내 시선 바로 아래에 있는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꽂는다.
그제야 알아차렸다.
카드는 손님이 직접 단말기에 꽂아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오랜만에 와서 미처 생각을 못했다고 전했다.
자식뻘 되는 알바생은 굳이 대꾸를 하지 않는다.
당황스러웠지만 더는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
이제 알았으니 앞으론 습관처럼 카드를 내밀지 않으면 된다.
나는 맥심 티오피 로스티 라떼를 마시기로 했다.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크림은 이것보다 좀 더 달다.
그래서 그건 좋아하는 가족들에게 줬다.
그래, 진정한 블로거가 되려면 일상도 공유하고, 이런 리뷰도 중요하지.
혼자 키득대며 동시에 폰을 켰다.
설정샷은 이렇게 찍는 건가?
카페인 함량은 168mg
한때는 카페인 부작용으로 한 달 이상을 커피, 홍차 등을 끊었었다.
심장이 쉴 새 없이 파드득거려서 부정맥인가 싶어 겁이 났던 지난날.
이젠 커피도 많이 줄인 편이다.
사실 예전에는 하루 서너 잔은 기본으로 마셨다.
회사 내 커피 매장과 또 달달한 믹스 커피 등을 가리지 않고 마셨으니 탈이 날 만 하다.
영양 성분 및 원료 배율 등도 살펴봤다.
사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근접샷도 넣었다.
여하튼 황금 같은 주말은 이렇게 마무리되어 간다.
내일 밤부터, 아니지.
프리장은 오후부터니 다시 치열한 경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타오르는 도파민을 통제할 것!
적어도 잃지 않으려면 이런 주문은 필수다.
손익은 못 보더라도 손실은 보지 말자.
이런 되뇜으로 내일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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